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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와 벌> 후기 - sun2y (1)
: 관리자   :   :   : 2010-04-16 20:03:35  ㆍ: 2434

<죄와벌> 소품, 소품, 그리고 소품의 위력 

 

 

 

무대는 참으로 간소하다.

도끼와 떨어진 문짝들, 그리고 한쪽 면에 계단을 달고 있는 조그만 큐빅 형태의 철골이 배우들에게 주어진 소품의 전부이다

 

도끼

 

도끼는 살해 도구이며 내내 무대 위에서 떠나지 않은 채, 라스꼴리니코프의 지켜보고 있다그 어느 순간에도 말이다마치 그의 심장에 박혀있다는 듯이, 혹은 그의 뇌 한가운데 박혀있다는 듯이...

쏘냐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쏘냐와 신과 죄와 그리고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도끼의 존재가 잊을 만 하면 강조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잊을 만큼 어둡게 멀찍이 자리한다. 죽을 만큼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해서 그 감정의 정점인 상태가 한결같이 유지되지는 않기에 또 인간은 망각하는 존재이기에 이 도끼의 명암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부분의 스포트라이트가 더욱 강렬했으면 했다.

 

 

떨어진 문짝들

 

물리적인 쏘냐의 방에 비스듬하게 위치한 문짝들 뒤로 그녀의 의식을 두드려대는 인물들이 있다.

매춘하러 온 남자, 집 주인, 돈을 요구하는 가족들

들이 차례차례로 그녀의 의식을 헤집고 들어온다.

멋지다.

문을 두드려대는 사람들의 소리가 마치 내 의식에도 자리한 것처럼 느껴진다.

온갖 생활고가 떠오르면서 쏘냐에게 긴밀감을 느끼게 해 준다.

 

간혹 남자 선후배나 친구들이 오죽하면 몸을 팔겠어... ..이 있겠지..’라고 창녀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을 가지는 것을 유치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왔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매체에서 그만한 사정들을 다루었을 때에도 그닥 동정적인 시각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 문짝들을 두드려대는 인간들을 보고 있자니 그 어떤 말의 힘 보다 위력적이다.

그만한 사정을 설명 없이 단 1분 만에 보여준다.

대단하다.

 

문은 배우가 등에 지기도 하는데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처럼 그 무게와 어두움이 시각적인 충격을 주었다.

문을 등에 진 라스꼴리니코프자신의 죄를 등에 진 그는 땀을 뻘뻘 흘리고 불안하고 초초하고 괴롭다.

그 무게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그는 문을 세로로 세워 절벽 같은 공간을 표현하는데, 한 발을 밖으로 내 놓을 때에 그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서 있는 곳이 낭떠러지가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손에서 땀이 나고 불안하다

어느새 쏘냐와 같은 마음이 된다.

안돼요. 라스꼴리니코프. 어서 사람들에게 죄를 고백하고 신 앞에서 용서를 구하세요라고.

 

 

철 구조물 

 

한쪽 면에 계단을 달고 있는 조그만 큐빅 형태의 철골은 마술사의 상자처럼 좁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이 공간은 라스꼴리니코프의 가난하고 초라한 물리적인 공간이며 그의 터질 것 같은 분노와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의식의 공간이다. 그가 이 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광기 어린 연기를 할 때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시키지 않은 관객이 얼마나 될까?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철골이 정말 마술사의 상자처럼 공간은 표현하되, 계단은 있으면서도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는 것이다.

그 위를 걸어 올라가는 장면이 위태하게 보이도록

그리고 완벽한 암전과 검은색으로 칠한 벽이 보이지 않도록 탁 트인 느낌을 주는 무대였으면 더욱 멋질 것 같다.

 

 

 

조명과 음향은 아쉬운 부분이다. 무대가 간결하니 조명과 음향은 고급스러웠으면 좋겠다.

 

덧붙임: 아주 잠깐 무대 밑에서 프로꼬피에프의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지휘는 강마에가 하면 좋겠지. 뭐 내 마음대로 상상이니까. 원곡 해석에 충실한 지휘자의 지휘 아래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내 살아 생전에 연극 무대에 이런 장면은 볼 수 없겠지만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출처 http://blog.naver.com/sun2y

작성자 sun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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