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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공연리뷰> 연극 'The Game-죄와 벌'
: 관리자   :   :   : 2012-03-23 11:48:02  ㆍ: 5008

무대가 돋보이는 'The Game-죄와 벌'의 한 장면. 무대는 물론 객석 위에까지 거미줄 형상의 망이 쳐 있다. (사진=강일중)

살인범-검사 간 팽팽한 심리대결 부각시켜

통념을 깨는 설치미술 같은 무대가 인상적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통념을 깨는 무대다. 거미줄을 형상화한 폴리우레탄 재질의 망이 무대를 온통 덮고 있다. 무대뿐 아니다. 망은 객석 뒤까지 뻗쳐있다. 배우들의 움직임은 망 사이로 신경을 곤두세워 보아야 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리 편치 않다. 작품 속 인물처럼 관객도 불안한 상태로 연극을 관람토록 하는 것. 그것이 작품의 개념이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의 연극 'The Game-죄와 벌'의 원작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 소설의 내용 중 전당포 주인 자매 살해사건을 둘러싸고 법대생 라스꼴리니꼬프와 검사 뽀르피리가 벌이는 심리대결에 초점을 맞춰 재구성한 작품이다. 검사 뽀르피리가 창녀 소냐를 모욕하며 목을 조르는 장면 등 원작에 없는 몇 개 이야기들도 삽입됐다.

무대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을 완전히 발가벗기고 앙상하게 드러난 철구조물, 기둥 사이로 거미줄과 공중에 걸린 그물망을 설치해 놓은 모습이다. 첫 장면에서 라스꼴리니꼬프와 극중 거미의 역할을 하는 배우를 뱉어내는 푸른 망태기와 비닐 부대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흡사 설치미술 작품 사이에 관객이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또 천장에 달린 비닐 부대 안에서 거미 역할을 하는 마임배우가 나와 어두운 조명 아래서 움직이는 모습은 꼭 행위예술 같다.

다른 연극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2층의 3면 발코니도 모두 연기공간이다. (사진=강일중)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객석이 있긴 있되 바로 위에 드리워진 거미줄 때문에 객석이 연극 무대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진다. 극의 끝 무렵에는 관객이 배심원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셈이다.

연기가 이뤄지는 공간은 거의 극장 전체다. 등장인물들은 보통 때는 거의 안 쓰는 2층의 양쪽과 뒤쪽의 발코니, 원래의 무대 바닥과 천장 사이에 설치된 그물망 위에서 연기를 펼친다. 그뿐 아니다. 무대 바닥 아래의 철제 덮개 아래 지하공간에서도 라스꼴리니꼬프와 뽀르피리의 심리게임이 전개된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이 생긴 이래 이 작품처럼 무대를 넓이·깊이·높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늘려 잡아 무대를 꾸민 적은 없었다. 시각적으로 또 공간적으로 강한 느낌을 주는 무대다.

라스꼴리니꼬프와 뽀르피리의 심리게임은 주로 십자가 모양을 한 철제 덮개의 위·아래에서 다양한 조명 아래 펼쳐진다. 이곳에서 빈민들이 불행의 늪에서 빠져나오도록 하기 위해 전당포 노파를 죽였다고 하는 라스꼴리니꼬프의 정당성 논리와 죄를 지은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내려야 한다는 뽀르피리의 법집행 논리가 금속성 음향과 함께 동등한 무게를 갖고 충돌한다.

무대와 객석을 덮은 거미줄은 사회가 유지되도록 하는 법과 질서를 상징한다. 라스꼴리니꼬프는 '행동하는 양심'을 부르짖으나 결국 옥죄어 들어오는 거미줄 안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존재다.

철제 덮개 아래 지하공간에서의 살인범과 검사의 심리대결은 폭발력을 가진다. (사진=강일중)

라스꼴리니꼬프와 뽀르피리 간의 팽팽한 대결 사이에 창녀이면서 깊은 신앙심을 가진 소냐와 라스꼴리니꼬프, 또 소냐와 뽀르피리의 장면이 삽입되면서 극 흐름의 완급을 조절한다.

고전작품 일부를 떼어내 동시대성을 살려 재구성한 것이 신선하다. 제작자인 명품극단은 이전에도 '죄와 벌'을 원작으로 각기 다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두 개 작품을 만들어 공연했었다.

남명렬·김호정 두 중견배우의 좋은 연기가 작품의 무게감을 높이는 등 마임이스트 1명을 포함한 여섯 배우의 연기에 빈틈이 없어 보인다.

명품극단은 원래 관객이 편치 않은 상황 속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심각한 주제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보도록 유도하고자 객석을 없애고 관객과 배우가 섞이는 무대 연출을 기획했었으나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판단 아래 드리운 거미줄망 아래에 객석을 설치했다.

작품은 라스꼴리니꼬프의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지성'을 부각시킨다. (사진=강일중)

◇ 연극 'The Game-죄와 벌' = 명품극단 제작.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차세대공연예술가시리즈 선정작.

만든 사람들은 ▲극작 김태현 ▲연출 김원석 ▲무대 임창주 ▲조명 박은화 ▲의상 이명아 ▲음향 권경자 ▲미디어아트 강병수 ▲조연출 서은정.

출연진은 남명렬·김호정·오경태·남기애·채희재·이정훈.

공연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3월3일-11일. 공연문의는 ☎02-3673-2003.

ringcyc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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